재미있는 날이야.
오늘 아침에 일어나 어느때처럼 밥을 챙겨먹고 , 씻고, 학교갈 준비를 했지.
문을 나서며 어젯밤일을 생각해보니 바이크에 커버를 씌워주지 않았더라구.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밖으로 나가니 이게 무슨일. 누군가 커버를 씌워준게지.
물론 커버는 앞과 뒤가 바뀌어서 어색하게 씌워져있었어. 마치 갑작스런 비처럼 어색하게.
비가 오건말건 나는 헬멧을 쓰고 학교일을 마치고 집 반대편에 볼일보러 달렸지.
빗길주행을 많이들 걱정하지만, 보통 바이크에는 일반용도, 즉 비가 올때도 무난히 달릴수 있는
타이어가 끼워져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주행하지 않는 이상 위험하지는 않아.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게 왠일? 갑자기 rpm이 낮아지고 털털거리면서
시동이 꺼지는거야. 난감했지. 머릿속에는 약 한달전 집에 돌아오는길에 시동이 꺼져서 애먹였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어떻게 할수가 있나. 다시 시동을 걸어보는 일 뿐.
비는 계속해서 오고, 시동은 걸릴 생각을 안해.
권력을 가진것들에게 입장생각하지 않고 덤벼들던 사람은 결국 꼬리를 내리게 되었어.
역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용조용하게 살아가길 원하나봐. 순응하며 살기를 바라나봐.
비는 게속해서 오고, 나는 점점 어두워져 가려고 해.
볼일때문에 검정가죽자켓을 입은 채 비를 맞으며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 스파다가 서버린곳에 그냥 놔두고 올수는 없었어. 비맞잖아...
나이가 든것도 서러운데, 비까지 맞으면...
바이크 그거, 무겁지 않냐고? 암 무겁지. 정확한 무게는 모르지만 150kg 가까이 할거거든.
하지만 바퀴가 있으니까 괜찮아. 내 골반을 바이크의 연료탱크 부분에 기댄후 끌면,
꽤 끌만 하다구. 너무 걱정하지마. 다만 비가 주룩주룩 왔을 뿐인데, 다행히 사람도 그다지
지나다니지 않아서 쪽도 덜 팔았어.
아마 반쯤 갔을때였는데, 앞에 트럭이 한대 서있는거야. 운전사가 내리더니 내쪽으로 오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 회원이세요?' 라고 묻더라.
앞부분에서는 딱 CB 라는 말만 들었어. CB라는건 혼다의 바이크중 상당히 많이 팔리고, 인기 많은
차종이거든. 그래서 딱 저 사람이 내 바이크를 CB로 봤나... 싶었지.
물론 난 그 어딘가의 회원도 아니었고 내 바이크는 CB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그 트럭운전사는
어떻게든 날 도와주고자 했지. 그런거 있잖아. 내가 힘들때 누군가 날 도와주려고 하는 그 마음,
그 마음을 느낄때는 참 따뜻해져. 너무나 기분좋고 고마워서 기분좋은 미소가 지어지는.
센터까지 가는것도 아니었고, 집까지는 얼마 안남았으니까, 너무너무 고맙고, 마음만이라도 충분하
다고 답변해주고는 다시 끌고가고 있었지. 근데 저쪽에서 트럭한대가 도로 한쪽의 비포장도로로 ,
내쪽을 향해 달려오는거야 . 어? 뭘까 저 트럭... 나한테 유감이라도 있는건가...
대부분의 차가 날 피해서 한쪽으로 주행하는 상황이었거든. 그런데 아예 도로에서 빠져나와서
날 향해 달려오는 트럭이라니.
그런데 내 의아함을 날려버리는 아까 그 트럭운전사. 아무래도 내가 신경쓰여서
다시 되돌아왔나봐. 너무너무 고마웠지.
계속해서 내린 비와, 어두침침한 기운때문일까, 아직도 우울함은 완전히 다 가시지 않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트럭운전사 일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이 시간에는 최악으로 갈수 있는 기분
이었는데 말이지.
솔직히 말해 벌써 얼굴도 까먹은 상태지만,(하지만 난 , 꼭 이사람과 다시 만날것이라고 생각해.) 아직도 이 일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져.
사람들끼리 돕고 산다는것 . 바라는것 없이 주고자 하는 마음.
이런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돈 따위가 아무리 많아도 살수 없는것, 가까이 갈수조차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리저리 돈을 떼먹고 학생들 돈으로 땅투기하고 그렇게, 그렇게 돈이란걸 추구해가는
학교사람들을 생각해. 아. 그 외에도 너무나 많지. 돈. 그리고 돈. 또 돈...
이런걸 알아버린 나는 아마, 졸업한 후에 이 학교를 다녔다는것에 대해 자랑스럽지는 못할거야.
학교를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지려고 해. 하지만 동시에 슬퍼지기도 해.
그렇게.... 좋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