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본건 k마트 알바를 하면서였다.
그러니까 1월 초.
그녀는 앞에 있는 '쟁반노래방' 알바라면서, 친구들과 함께 마실 술을 사가기도 해서
날 놀래켰지만, (근무중 술...;)
알고보니 노래방 알바란 일하는 도중엔 꽤나 널럴한 편이라, 시간도 때울겸 해서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거나 했나보다.
난 그저 '점원' 의 입장으로 그녀를 봤을 뿐인데,
이야기를 들어주는 내가 편했던걸까.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하곤 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건, 아주 즐거운 경험이며,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난 이야기를 듣는걸 아주 좋아하며 즐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감사한다.
그녀는 꽤 미인이었으며, 자신이 알바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남자들에게 러브콜을 받는지,
자신이 얼마나 '예쁜지' 이야기도 했었다. 그래. 그녀는 '객관적' 으로 봐도 미인에 속하는
외모였으며, 꾸밀줄도 알았다. 화장품 냄새가 가끔 날 정도로 '많이' 할 때도 있었다.
그러고 조금씩, 시간이 지나 1월말 정도였던것 같다.
그녀는 가끔씩 나타나 이것저것 사가며 말을 걸어왔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겼다.
어느 날 늦은 밤, 마침 손님이 갑자기 밀려와 바쁘게 계산을 하던 무렵, 그녀가 나타나
난데없이 연극을 보러 가자 했다.
음? 'ㅅ';
마침 바빴던 터이며, 그러한 상황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답을 듣지 못한 채,
그녀는 가버렸다.
그녀는, 내가 만나본 여자중. -많은 것도 아니지만- 처음 만나는 타입이었다.
누구나 봐도 '미인이다' 할 만큼 외모가 예쁜 여자들은 더러 만난적이 있지만,
그녀는 좀 다른 의미로 '당당'했으며, 그것을 이용할 줄 알았다.
그리고 그녀의 '수다'에서 느껴진 것은 '불신감'. 그녀는 나에게 일방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털어놓았지만 거기에 진실됨은 느끼지 못했다.
2주쯤 후 그녀는 다시 나타났고, 이번엔 내게 전화번호를 남기고 간다. 연락하라면서.
나는 일주일 후 까지 연락을 하지 않았으며, 일주일 후에 결국 아무래도 이건 예의가 아닌듯 해서
문자로 잠시 연락을 했다. 그녀가 원했던?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는 알바도 끝났고,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하지 않는 한, 만날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어제 간단한 술자리가 있었고, 잠시 들렀던 k마트에서 다시 만나고 말았다.
그녀는 날 째려보면서, 입가에는 '웃음'을 띄며 귀엽게 ..;;, 나보고는 '얄밉다' '재수없다' 등등의 말을 하며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사달라는둥, 또 어이없는 요구를 하다가 그날 잠시 알바를 했던 건물주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묘한 매력이 있는 아이였다. 분명 나보다 4-5살 어린 친구였고, 언행에서 풍기는 그 자신감.
그리고 그 뒤에 느껴지는 연약함과 어린 마음.
그녀는 약간 '이상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특이한 이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이름.
화창한 목요일 오후, 이제 빨래가 다 돌아갔을 것이다. 빨래를 널러 나가며,
나는 다시한번 사람간의 '인연'에 대해서 생각한다.
건강하길. 언젠가 다시 만날 때 까지.
알바중 만났던 인연의 이야기.
사람의 인연이란 참 재밌고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