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1 수요일

diary/new diary 2013. 9. 11. 22:41 |

백수가 되었다. 서류상 백수.

졸업 후 2008년부터 일하기 시작해서, 이천에서 몇년을 보내고.

2011년 광주로 내려와 동료들이 개인사업자를 내고, 거기에 합류하며 처음으로 4대보험에도 가입하게 되고...

2년간 일반적인 직군에 비교해서는 적은 보수이지만 , 내게는 충분히 많은 보수를 받으며 일했다.


날 데리고 온 대표에게도 , 그리고 나에게도 이런저런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날 제대로 써먹기에 난 애매모호한 존재일 수 밖에 없었고, 내가 주도하여 뭔가를 하기에는 역시나, 애매모호했다.

덕분에 팀 내에서 묘하게 따로 놀 수 밖에 없었지만. 2년간 날 괴롭힌 것 중에 가장 큰 것중 하나는 섞이지도 못하고 혼자 서지도 

못하는,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아무튼 그런걸 떠나 2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런저런 작업들을 하며 내 스스로는 분명히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나가는 시기를 조율하는 와중에 회사의 사정과 맞물려 조금 이른 시기에, 난 이제 서류상 백수가 되었다.

백수가 된게 처음은 아니지만 , 4대보험에 적용되며 정식 서류상 정직원이 되었던건 광주에 와서 2년간 뿐이었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의 백수가 된 건 분명히 처음. 묘하고 신기한 기분이다.


이제 시작인 것. 드디어 이제 시작이다. 본격적인 시작. 학생이 아니게 된 시점부터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내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누군가의 아래서 작업을 하며 내 경력을 쌓기로 했던 것이

2008년부터 2013년 지금까지. 5년반 동안 얌전히(?) 남의 것을 만들어줬다.


아직은 미묘한 상황이지만, 이제 시작되었다. 기쁘게 받아들이자. 설레이며 받아들이자.

2005년부터 시작한 내 일이, 2013년에 와서야 비로소 내 자리를 만들기 시작하려 한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발 디딜 곳을 만들어가자.




Posted by 夢現 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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