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기 보다는, 토요일에 있는 약속, 차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날씨도 좋았고. 눈에 들어오는건 비대한 소렌토가 아닌, 날렵한 스파다.

 

서울까지 가야 했고, 목동에서 친구들을 만난 후 동대문으로 친척형을 만나러 가야 했는데,

뭐, 몇년 전의 나도 아니고, 어딘가를 못찾아가겠어? 라고 쉽게 생각하고

지도책 덜렁 들고 출발.

 

 

나의 방향치+길치.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스파다의 상태  + 토요일 오후의 정체 

 

= 3시간 반 정도의 시간. 그리고 뒷골땡김.

 

 

 

차들이 많은 수원-광명시구간. 시골구석의 길처럼 여유있는 차간거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조금만 여유있게 간다 싶으면  여유도 주지 않고, 가끔은 깜박이도 키지 않은채,

내 옆 차선의 SUV 따위는 내 차선으로 차선변경을 하며 나를 압박하고,

대체로 성능이 좋은 승용차들의 네바퀴 브레이크는  여유롭게 속도를 줄이기 보다는

급한 마음을 비추기라도 하듯 급브레이크를 밟아댄다.

 

두개 뿐인데다 프론트브레이크는 싱글, 물론 ABS도 아닌,

게다가 상태도 좋지 않을 스파다의 제동능력으로는  

 

눈을 부릅뜨고 , 바로 앞 차와의 거리와 저 앞의 신호등과 앞의 앞의 차까지 눈여겨보며

브레이크 레버를 당길 준비를 해야 한다.

 

몇번정도 조금? 위험한 상황을 넘기고 나니, 뻥 뚫린 직진구간 에서도 언제 옆 차선의 차가

갑자기 머리를 들이밀지 모르니, 불안하기만 하다.

 

일반 운전자의 입장에서  소렌토처럼 덩치 큰 SUV가 지나가는 것과,

허름한 오도바이가 지나가는 도로에 끼어든다는 건

 

매우 상황이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결국 목동에서 친구들을 만난 후, 동대문까지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하철을 이용했다.

덕분에 일요일 아침 목동으로 돌아와서 스파다를 맞이하자, 새벽에 내린 먼지 + 비 에

잔뜩 더러워져 있었다.

 

 

돌아올 때는 3시간정도 걸린듯 하다. 덜 막혔다.

 

 

아마 한동안. ( 길을 더 알게 될 때까지. 더 좋은 바이크를 타게 될 때까지)

바이크를 타고 서울행을 할 일은 없을듯.

 

 

아직까지도 뒷골이 땡긴다.


Posted by 夢現 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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