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 서울에서 볼 일이 있어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났다. 만난 장소가 광화문이었던 건

친구의 집이 근처였고, 교보문고를 들르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전경들과 여러가지 종류의 깃발들을 든 시위대들을 뒤로하고, 친구와 화포를 풀었다.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취기가 오른 우리 둘은 술집에서 나오자마자 광화문 일대를 뒤덮고 있는

시위대들의 모습을 보고 잠시 참여하기로 했는데,


6/10때의 시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보였다. 어디선가부터 작은 모래포대를 릴레이로 옮기는

행렬이 보였고, 친구와 나는 그 행렬에 참가해서 모래주머니를 전경차 앞으로 옮기는 일에 일조했다.






또 느꼈다. 6/10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날도 또 느꼈다.

뭐지 이 광경은?


뭐지 이 사람들은?


뭐지 이 공간은?


뭐지 이 분위기는.... ?      











나는 내가 보고있는 광경을 믿지 못했고, 지극히 혼란스러웠으며,

아무리 100만이 모인다고 하더라도 서울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평상시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광경과의 괴리감을 느꼈고, 무엇보다 시위대들의 모습을 보고 , 그 안에 함께 있으면서도

묘한, 뒤틀려짐 같은 걸 느꼈다.  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게 물어본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나는 분명 이 나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있다. '한국' 이라는 나라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어느나라에 가서 살아도 이상하지 않은 이 시대, 몇년정도의 체류는 있을지언정, 나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한국만한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한국인이라서 하는 말... 도 있겠지만, 약간 크게 보아도 이 나라와

한국인이라는 사람들은, 참 독특하다고 느낀다. 알면 알수록  한국 이라는 나라에 애정을 느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치 몸의 구석구석에 보이지 않는 수갑이 채워져있고,

몸의 구석구석에 못이 박혀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동물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러한 족쇄들을 풀어버리면, 뛰어가다못해 하늘을 날 것 같은 동물의 이미지가.












허나 실상은, 있는거라곤 자신의 재산을 불리고 또 불리고자 하는 추악한 욕심,

자신을 어떤 관계 안에 뚜렷하게 두곤  강자에게 굴복하고, 약자에게 무식하고 더러운 모습을 보이는

그런 계급주의자들, 주체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이 , 돈과 권력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허무한 인간들,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며, 불쌍하리만큼 흑백논리에 얽매여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만 모인 것이라

생각되는 ( 무서운 일반화지만.. )  한나라당 같은 곳에 표를 주고,

좇선일보 따위의 , 신문이라 칭하기조차 부끄러운 극우의 신문이 버젓하게 1위를 하고 있는 나라인 것이다...










나는 어느새 기대와 희망의 뒷면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구의 말 처럼, ' 배후세력이 있다면 이만큼 모이지 못하죠..'  처럼, 내가 본 사람들은

분명 시민이나 대중, 이러한 단어 말고는 뭉뚱그리지 못할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촛불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누구하나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모래포대를 나르는 행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시위대의 하나가 되어 사람들이 내지르는 '폭력경찰 어청수 사퇴해라' ' 이명박은 물러가라' 라는 구호에

힘을 보탰다는 것 보다도, 어쩌면 내가 가지고있던 편견을 깰 수 있었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지닐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걸까.  


그리고, 나는 어디로.....  



Posted by 夢現 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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