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예술

잡설 2006. 1. 6. 01:05 |

며칠전 순창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 형님이 가판대에서 산 '한겨례 21 새해특집호'를

읽는중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평론가 '듀나'란 분이 쓰신 '디지털배우와 인간 배우의 혈투' 란 제목의 2페이지 글.

'2050 대중문화 미래 예측'이란  한겨례에서 준비한 특집중 하나였는데...



영화에 대한 미래예측이란  3D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이 혼자서 만드는 영화가 봇물을 이룰 것이다..

라는것.


글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잘 쓰인 글이지만 

영화이야기를 하려나보다.. 하고 읽다보니 게임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게임개발자 지망생으로써는 되짚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


직접 글을 인용해보자.


'과연 인터랙티브 예술은 단일 내러티브 예술을 대체할 수 있을까?'

- 인터랙티브 예술이 내러티브 에술을 대처하기 위해서 나왔다면 모를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세계의 유명한 게임개발자들의 마음속에 내러티브 예술(그러니까 영화...) 을 대처하려는 생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우선 게임을 '예술'이라고 부르기엔 게임은 아직 이른다고 생각한다.


듀나님은 또한 인터넷과 텔레비젼의 관계,  즉 팬픽,커뮤니티의 형성, 리캡.패러디와 같은 예를 들면서 <스타트랙>이나 <엑스파일> 같은 히트 시리즈들이 가지고 있는 수천.수만의 내러티브 창작물(그러나 일종의 인터랙티브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로 이루어진 도서관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지적해 마땅한 것은, 의미 있는 인터랙티브 현상은 개발자나 창작자가 그 현상을 통제하거나 간섭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걸 고려해보면 지금의 일반적인 비디오 게임은 그 대한이 되지 못한다.'


- 그리고나선 일반적인 비디오게임에서의 상호작용이란, 개발자가 만들어놓은 극히 제한된 , 착각일 뿐인 상호작용 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물론 맞는 이야기이다.


어디까지나 플레이어는, 제작자가 만들어놓은 범위 내에서 놀아날 뿐이다.


'게이머에게 진짜 자유의지를 부여하려면 틀만 제공하고 빠져나와야 한다. <심즈>는 거기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게임이다.'


- 하지만 (심즈를 플레이해보진 못했지만) 심즈를 플레이 할 때 역시, 제작자가 만들어 놓은 범위

내에서 놀아날 뿐이다. 단지 그 범위가 조금더 넓을 뿐. 역시 '진짜 자유의지'는 절대로 될 수 없다.

좀더 넓은 길, 좀더 넓은 선택만 존재할 뿐이며   다른 게임들이 대부분 게임의 네러티브 적인 요소

에 유저가 개입할 부분을 대부분 제한하는 것에 반하여  그것을 열어두었다는 정도이다.



 문제는 심시리즈와 달리 게임 내에 제작자가 미리 만들어놓은 소수의 길만 존재하는 기존의 게임들을   단지 영화의 시각에서만 보고, 그 대안으로 삼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



심즈로 자신만의 영화나 만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피터몰리뉴의 '더무비스' 를 예로 들면서

게임의 발전 방향이 이래야 하는것 아니냐... 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부터 게임의 인터랙티브 기능은 단일내러티브 작품의 창작과정으로 변질된다'


라는 부분인데,  이것은 결국 인터랙티브 란 말의 범위를 어떤 범위로 생각하느냐 ... 의 문제겠다.



글쓴이는 게임을 두가지로 분류하는 듯 하다.

하나는 심시리즈와 같이 툴만 제공하곤 알아서 놀아라. 네 맘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봐라... 와 같은

'툴'에 가까운 형태의 게임과,  그 외의 모든 게임들.



이 글은 '영화가 개인적인 예술이 될 때...' 라는 소주제의 글로 마무리짓는다. 오.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고대하는 부분이다.  재미있는건 글의 끝 부분.


'언젠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소외된 뚱보 소녀가 캠코더로 걸작을 만들 수 있다면, 그때서야 영화는 성숙한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매체의 진화는 이 소외된 뚱보 소녀에게 걸작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 순간부터 영화는 시와 소설과 같은 개인적인 예술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라는 사람은 영화감독이면서 영화학교수를 지내고 있는 죠낸 유명한 사람인듯 하지만 난 처음들어봤다.


영화란 장르가 개인적인 예술로 진화하려면  디지털 매체가 앞으로도 몇년은 더 발전해야 가능할테지만 ....


그럼 저 말 이렇게 바꿔도 되나...?


"만약 소외된 뚱보 청년이 혼자서 걸작을 만들 수 있다면 그떄서야 게임은 성숙한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음... 억지인가...?



마무리짓자면 잘 쓴 글이지만  게임을 영화쪽에 치우친 시각으로 바라봤다는 것이 문제다.

게임의 역사는 아주 짧다. 더군다나 자본주의의 물결과 함께 정신없이 상업화의 길을 걸으며

정신없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게임이란... 아직 그 온전한 빛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

마치 어린아이가 제가 누군지도 모른채, 왜 태어났는지, 뭘 하고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채

비싼 장신구로 치장하고 다니며  어린데도 불구하고 돈밖에 모르는 철없는  기형아 같은.



                                                                    -인용,'한겨례21 새해 특집호 P52-53

                                                                       '디지털배우와 인간배우의 혈투' -듀나

Posted by 夢現 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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