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복귀했다. 출발한건 11/27 금요일이었는데, 복귀한건 12/1일.
이천으로 돌아오니 달이 바뀌어있네...
<11/ 27 금요일>
경기도 이천 - > 안성 - > 천안 - > 공주 - > 논산 -> 전라도 전주시
어디였더라. 안성에서 천안을 향해 가던 길.
등에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역시나 숙는 자세라 무겁지 않은 가방에도 허리가 아파온다.
그물로 가방마저 바이크에 고정시켜버렸다.
새로 구입한, 그리고 처음 써 본 사이드백은 가격대비 매우 만족.
아마 짐이 무거워질 수록 쳐지겠지만 재질이 재질인만큼 어쩔 수 없고,
고가의 하드백을 구매할 정도가 되기 전까지 쓸만한 녀석이라고 해야겠다.
가격도 착했고 , 가방의 용량도 만족스럽고 , 디자인도 맘에 들고 ,
코멧의 리어카울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어 걱정했는데 별 탈 없이 잘 고정되 주었고 ,
머플러와의 간섭도 없다.
계속해서 죽죽 달려 전주에 도착.
<11/28 토요일>
전주 - > 진안군 - > 무주군 ->성주군 - > 대구
오전에 출발하기 전 바이크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 역시나, 앞브레이크 패드가 많이 닳아있다.
앞으로도 긴 거리를 주행해야 하는데, 그냥 무시하고 갈 수는 없는 일. 미리 바튜메에서 찾아놓은
친절하고, 믿을 수 있는 센터를 찾아 전주시내를 헤멘다. 11시나 되어서야 겨우 찾았고 ,
생각보다 많은 정비를 받았다. 앞 뒤 브레이크 패드 모두 교환,
사장님께서 엔진소리가 이상하다 하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엔진오일을 내려보니 이건 뭐 ..
짧은 바이크 라이프중 최악의 폐유가 줄줄 나온다. 전 주인이 교체하고 200km를 탄 채 내게 넘어오고,
내가 가져오고 나서 500km정도를 탄 셈일 뿐인데, 이건 마치 2000km 이상 탄 오일의 상태였다.
교환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뻔 한.
이미 결혼식에는 늦어버렸으나 광주까지는 아주 먼 거리가 아니므로 , 빨리 달린다면 결혼식이 끝났을 지라도
신랑신부는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출발했으나 , 출발한지 5분도 안되어 센터로 되돌아왔다.
또 다시 엔진 온도가 빨간라인까지 올라가버린 것.
냉각수펌프에 문제가 있는지 냉각수탱크에 있는 냉각수가 라디에이터로 잘 옮겨지지 않는 것 같았고 ,
라디에이터의 냉각수도 부족했다. 이런저런 일을 거치고 , 이 녀석을 센터에 맡기고 버스를 탈까
고민도 한참 했으나 난 어느새 바이크 위에 올라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의 5시였는데도 불구하고.
아마도 투어를 출발하기 전 , 사무실 형님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녀석이 바이크를 타고 땅끝마을까지 갔는데 말야 , 그리곤 바이크를 버리고 왔데 ㅋㅋㅋㅋㅋ '
........................
일단 엔진의 온도도 비정상적으로 올라가지 않았고, 엔진오일 교체에 브레이크 패드도 모두 신품으로 교환.
바이크 자체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 살살살살 가면 될거라 생각하고 출발해버렸다.
애초에 그나마 지도라도 뽑고 확인해둔건 광주 - > 대구의 길이었으나 , 전주에서 출발해야 했고 ,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역시나. 야간라이딩은 많이 위험했다.
더군다나 국도주행. 더군다나 남쪽의 한적한 지방이라니.... 상가도 사람도 건물도 , 심지어는 달리는 차도
보기 힘든 그런 도로들이었고 , 짤막한 산을 세개인가 네개를 넘어야 했고 , 보이는 것이라곤 오로지
코멧의 라이트 - 전주인이 해놓은 hid등 - 가 비추는 곳 뿐 ,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의 실루엣 뿐.
무주를 지날때 즈음 나온 휴게소에서 잠시 쉬다가 - 장갑은 머플러위에 놓아 뎁혀놓고 -
바이크는 방전되고 ... 또 다시 바이크를 버리고 버스로 이동하는 것에 혹하다가 ,
밀어걸기에 성공하고 계속해서 달린다.
내 앞에 적당한 속도로 달려주는 차라도 만나면 얼씨구나 굽씬굽씬하며 여전히 hid 등을 켜고 ( .... )
(순정 하향라이트를 키면 도로가 거의 보이질 않는다 )
따라가다가 , 그나마 앞서가던 차가 속도를 더 내서 가버리면 쫓아가지도 못하고 다시 외로운 거북이 주행을 계속.
내가 가는 방향으로 같이 가는 차를 만난건 아마도 다섯대도 안되었던 것 같다.
하긴. 내가 자동차 운전자라도 고속도로를 타지 왜 껌껌하고 꼬불꼬불한 국도를 타리 ... 아무튼.
전주 - > 진안군 - > 무주군 ->성주군 - > 대구 외각 도착. 이때가 밤 10시즈음.
대구 표지판이 그렇게도 기쁠 줄이야.
그리고 이 표지판을 보고 난 긴장이 풀려버렸는지 , 신호등에 잠시 멈춰있다가 출발하며 시동을 꺼먹는다.
그리곤, 대략 한시간이 넘는 밀어걸기의 실패.
이때 찍은 사진.
몸은 처음으로 겪는 야간 국도라이딩에 완전 녹초가 되어있고 , 코멧의 밀어걸기는 무게 때문에
너무나 힘들다. 결국 바이크는 마침 멈춘 곳 근처의 파출소 옆에 세워두고 콜택시를 부르고 말았다.
11/29 일요일 대구
전우들을 만나 술을 오지게 먹고 - 그리 피곤했는데도 그저 반가워서 .. -
29일 일요일에 결혼식 참여하고 , 일찌감치 여관을 잡아 푹 쉬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비는 일요일 내내 전국적으로 죽죽 퍼부었고.
이미 대구 시내에 숙소를 잡아버려서 바이크를 어떻게 가지러 가나 , 어떻게 살리나 같은걸 고민하며
미리 센터도 찾아놓고 쉬었다.
11/30 월요일.
대구 - > 김천 - > 상주 - > 문경 - > 수안보
오전부터 미리 알아놓은 센터에 전화를 계속 걸었으나 감감무소식 ... 바이크 센터는 아침일찍부터
여는 것도 드문데다가 월요일 아침이라 그랬을까. 나는 조급한데 ...
결국 택시를 잡아 바이크를 세워놓은 곳으로 출발했고 , 대구 택시기사 아저씨의 대구 이야기를 들으며
바이크를 세워놓은 곳에 도착했다. 인심좋은 아저씨였고 - 내가 시외곽 할증요금?을 순순히 줘서 그런지도... -
아저씨께서 도와주셔서 밀어걸기 성공. 바로 바이크를 타고 시내로 들어왔고 ,
아까 연락하려고 했던 바이크 센터를 들렀다 가기 위해 약도를 확인하고 , 짐을 싣고 방을 나왔다.
그러나 센터는 순순히 찾아지지 않았고 , 아오 확 그냥 출발할까 하다가 갑자기 눈에 띈 바이크센터 하나.
배터리 충전만 하고 가려고 했으나, 충전을 30분이 넘게 했는데도 걸리지 않는 시동.
셀모터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고 , 새 부품은 재고가 없고 ... 5만원에 고쳐주신다 한다.
납땜도 하시고 쿵짝쿵짝 하시더니 시동 잘 걸린다. 이때가 벌써 3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북쪽으로 출발. 보아하니 3번국도가 멀지 않았고 , 4번국도를 타고 김천시까지 가면 3번으로 갈아탈 수 있었다.
3번으로 갈아탔으나 예상과 달리 길은 꼬불꼬불하고, 가는 중간 툭하면 나오는 공사구간에 ,
추월도 하기 힘든 여유없는 왕복 1차선 도로에 , 점점 날은 어두워져가고 ...
결국 김천에서 3번국도를 타고 상주시를 거쳐 , 문경시를 거쳐 ,
충청북도 표지판을 보게 된게 저녁 6시 즈음이었고, 더이상 주행하다가는 큰일이 나겠다 싶었다.
완전한 겨울 라이딩 투어 준비를 한 것도 아니었고 , 따듯한 남쪽지방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
손끝과 발끝은 얼어가고 , 차는 점점 적어져가고 , 마찬가지로 점점 라이트가 비추는 곳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고 .......
결국 3번도로를 빠져나와 들어간건 수안보.
<12월 1일 화요일>
수안보 - > 충주 - > 여주 - > 이천
아침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수안보는 올갱이 해장국과 꿩요리가 유명한가보다.
올갱이해장국. 맛난지는 잘 모르겠다.
이날도 아침에 밀어걸기 신공을 시전하였으나, 또 한시간 넘게 헥헥대며 도전하다가 결국
근처에 있는 초 허름한 센터에서 도움을 받았다. 아오 ... 아침 11시에나 겨우 출발.
3번도로를 마저 달려서 이천에 도착.
녹아나는 기분. 사무실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이번 투어는 배운게 많다. 그리고 체험한게 많다.
1. 확실한 정비를 해놓지 않고 출발한 투어는 반드시 고생하게 된다.
전국에 센터는 많지만 필요한 때에 필요한 위치에 있는 센터는 없고 , 센터를 찾는 것도 고생.
투어 전에는 반드시 정비를 하자 ...
2. 야간 시내주행은 괜찮다. 그러나 야간 국도주행은 정말 아닌 것 같다.
이번 두번의 야간주행을 통해 체험한건 '야간주행은 할만하다' 가 아니라 ,
'역시 최대한 야간주행은 피하자' 이다. 안그래도 야간주행은 피하는 쪽이었으나 , 이번의 경험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3.밤은 춥다. 겨울은 더 춥고 ..
이번 투어로 700km를 달렸다. 저번까지 합해 1100km , 그리고 자잘한 것까지 포함해 1200km 가량을 달렸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리고 슬슬 이번년도의 바이크 투어는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