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씨의 공연을 보고왔다.
2004년의 실연을, 난 2005년에도 종종 앓고있었다.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우연히 듣고 검색을 했던 것인지,
웹상에서 어떤 글을 보고 찾아 듣게된 것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비'라는 노래를 듣고 난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래, 단지 나비가, 내가 꽃인줄 알고 잠시 찾아왔다가 다시 떠난 것이구나.
그렇게 김두수님을 알게되고, 앨범을 찾아 구매하고 들었다.
아쉽...지만 일하며 듣기에 어울리지 않고, 운전하며 듣기에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단지 , 노래를 들으며 뭔가 압도되었던 기억이 난다. 뭐야 이건.... 도대체...
그리고 최근 내가 살고있는 광주 남구 양림동에서, 포크 행사를 계속 하고있다.
첫날이었나, 사직공원의 야외무대에서 무료공연이 있다기에 갔더니 내가 듣고자 했던 형태의 포크음악이 아닌,
미국 컨트리풍의 노래를 미국인같아 보이는 친구가 하길래 듣다가 돌아왔는데.....
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추후 공연일정이 있었고, 거기에 김두수씨가 있었다.
그리고 듣고왔다. 듣고 왔다기보단 느끼고 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김두수씨가 나오기 전 , 최고은이라는 광주출신의 여성 포크싱어송라이터가 나와 노래를 여러곡 불러줬는데,
아무런 정보도 없고 알지 못하는 가수였기에 더 좋았을까? 저음에서는 한영애씨와 흡사하기도 하고,
전주를 들을때는 아리랑일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신비하게 편곡된 아리랑도 좋았다.
남미쪽 노래?를 할때는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 중간에 박자에 맞춰 박수도 치며, 아주 즐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김두수님이 나오셨다.
공연을 많이 다닌 것은 분명 아닐테지만, 내가 여태껏 살며 이만큼 압도된 경험이 있었나 싶다.
앞의 최고은씨의 공연, 분위기와 대조적이었기 때문일까,
내가 느낀것은 마치 스타워즈의 다크포스같은 느낌이었다.
다리를 꼬고 앉으셔서 움직임이라곤 기타를 치는 손과, 노래를 부르시는 사이사이에 하모니카를 부르시는
뿐이건만, 기묘한 기타주법과 나이와 겉모습에서 상상할 수 없는 미성, 거칠게 뿜어져나오는 하모니카소리,
여태껏 음악을 들으며, 혹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다녔어도,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듣는게 아닌 '느낀' 적은 .. 없었던 것 같다.
어마어마한 깊이를 느꼈다. 자그마하고 정적인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소리.
기타를 치는게 아닌, 기타로 소리를 내는 뭔가 근원적인 느낌.
이러한 뮤지션이 한국에 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만큼 한국의 음악시장이 좁디 좁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김두수님.